한국이 빠진 외수 의존과 원화 강세의 악순환

한국의 올해 1-3월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10-12월기와 마찬가지로 전기비 0.9% 늘며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전년비는 3.9% 증가로 3년 만의 높은 신장율이 되었다. GDP로 본 한국의 경기는 견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전부터 지적되어온 바와 같이 외수에 여전히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1-3월기에 과거 최대치를 경신. GDP 성장율에 대한 기여도를 수요 항목별로 보면 외수는 전기비 1.2% 늘며 전체 신장율(0.9% 증가)을 웃돈 한편, GDP 46%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는 동 0.2%에 머물렀다.

가계 소비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배경에는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 작년 10-12월기의 가계 가처분 소득은 전년비 1.3% 증가에 머물렀다. 실업율은 3%대라는 낮은 수준에서 계속 추이하고 있으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외수 주도인 이상 내수 기업은 가계로 이익 분배를 강화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또 매상 확대 경향이 있는 수출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수출 물가는 3월 시점에서 전년비 4.2% 하락했는데 같은 달에 원/달러 환율이 약 3% 페이스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기 때문에 수출 기업은 외화 매매를 하더라도 가격을 연 1% 정도의 페이스로 인하시키고 있는 셈이다. 수출 기업은 외화 매매 가격을 인하시키면서 판매 수량 확대를 촉구하고 있으나, 이 역시 가계(노동자)로 이익 분배를 더 높이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출 확대가 멈추면 경기 후퇴>
가계 소비가 이대로 위축된 상태라면 한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은 당분간 계속된다. 4월의 소비자 물가 지수(CPI)는 전년비 1.5% 상승으로 한국은행이 정한 인플레 목표 범위(2.5-3.5)의 하한을 여전히 크게 밑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고용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래의 인플레를 걱정한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인플레가 서서히 높아진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어,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는 올해 후반부터 내년에 걸쳐 금리 인상이 실시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59일의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는 정책 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2.50%로 동결했다).

한국 당국은 원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원화 매도 개입을 계속해 왔으나 앞으로는 개입 자세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나와 있다. 4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원화가 최대 8% 과소 평가된 수준에 있다는 추계를 보여주며 한국 당국이 원화 상승에 대해 개입하는 빈도가 높다는 보고서를 공표했다.

또 한국은행은 4월 말에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원화 강세)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제조업의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수익성의 하락폭은 크지 않아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면 중국의 급격한 경기 악화나 우크라이나 정세 긴박화 등 이벤트 리스크 확대로 원화가 매도될 전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요 신용평가 기관 3개 사에 의한 한국의 서버린채(sovereign bond) 신용평가 등급은 신흥국 중에서는 싱가폴과 홍콩 다음에 높은 싱글 A 플러스부터 더블 A 마이나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 리스크 회피 자세가 강화되면 원화는 오히려 안전 자산으로 선호될 가능성조차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 한편 디스인플레는 계속된다. 금융 당국이 금리 인하는커녕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당국이 원화 매도 개입을 삼가고 이벤트 리스크에도 비교적 강고하다면 원화는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아야겠다.

5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고비로 삼는 1달러=1,030원을 밑돌아 20088월 이래 1,020원 대라는 원화 강세 수준에 달했다. 다음 고비는 꼭 1,000원이 되는데 미국 국채 이율의 하락 등으로 달러가 약화되는 장면에서는 2007년 말 이래 1달러=900원이라는 원화 강세 수준으로 향하는 전개도 예상된다.

최근의 원/엔 환율은 100=10엔 안팎으로 연초 이래의 원화강세/엔화약세 수준에 상승했는데, 만약 1달러=120엔 정도의 수준이 유지된다면 100=11엔을 넘는 원화강세/엔화약세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필자가 생각한 대로 원화 강세가 진행된 경우 한국의 수출 기업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억제하는 자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가일층의 가계 소비 억제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외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경제 확대가 계속되면 원화는 더욱 상승한다. 이 악순환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를 외수 의존형으로부터 내수 주도형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으나 이것은 짧은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한국의 수출 기업이 원화 강세를 더 이상 참지 못해 수출 확대가 멈출 때가 되어야 비로소 원화 강세가 시정될 것이다. 그 경우 한국 경기는 급속히 후퇴하게 된다.

<로이터 외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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